편의점앞에서 어린이가 동의없이 주차를 돕고 있는 장면

 

필리핀에서는 편의점이나 작은 가게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있다. 운전자가 차를 주차하거나 후진할 때, 누군가 자연스럽게 다가와 차량을 도와주는 모습이다. 이러한 도움에 대한 대가는 보통 5페소, 우리 돈으로 약 몇십 원에 불과하다. 이 작은 돈의 교환을 '5페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라 부르고 싶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5페소의 문화적 연결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개념은 프랑스어로 "고귀함은 의무를 수반한다"라는 뜻을 지닌다. 이는 역사적으로 권력과 부를 가진 상류층이 사회적으로 덜 유복한 계층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반영한다. 그러나 필리핀의 5페소 문화는 이 전통적 개념과는 다소 다르게 해석된다. 편의점에서 누군가의 차량을 돕고 5페소를 받는 행위는, 크게 보아 현대적인 의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작은 금액일지라도, 이러한 작은 친절의 행위가 오늘날의 사회에서 일종의 책임감과 공동체 정신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5페소 관행의 사회적 맥락

필리핀에서 5페소 문화는 단순히 차량 후진을 돕는 것을 넘어서, 일상 속에서 자주 목격되는 사회적 관행이다. 이 관행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 특히 정규직을 구하기 어려운 사람들에 의해 수행된다. 이들에게는 5페소가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다. 그들이 행하는 작은 도움의 대가는 일종의 비공식적인 경제적 지원이 될 수 있다. 

이 관행은 도움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간의 사회적 기대와 미묘한 협상 과정을 반영한다. 도움을 주는 사람은 이 행위를 통해 약간의 경제적 보상을 기대하며, 도움을 받는 사람은 작은 액수의 돈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이 '거래'에 익숙해져 있다. 이는 어느 한쪽도 부담스럽지 않게 양쪽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일종의 암묵적인 사회 계약처럼 보인다.

 

현대적 노블레스 오블리주로서의 5페소

전통적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보통 상류층이 하층 계급을 돕는 맥락에서 이해된다. 그러나 필리핀의 5페소 문화는 그 범위를 넓혀, 더 작은 규모에서 더 다양한 사람들 간에 발생하는 사회적 책임과 연대를 보여준다. 여기서 5페소는 단순한 화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를 돕고자 하는 작은 의지의 표현이자, 서로를 돌보는 작은 공동체 정신의 상징이 될 수 있다.

 

이 현상에 대한 한국인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이유는 내가 원하지 않았고 요구하지 않은 서비스에 대하여 굳이 지불할 이유를 못느끼기 때문이고 필자 역시 대부분의 경우 이 서비스에 대하여 지불하지 않는다. 물론, 이면적으로는 이에 대한 부정적인 배경이나 환경을 염두에 두어서 이기도 하다.

윤리적 성찰: 5페소의 가치

5페소의 교환이 진정으로 고귀한 행위로 간주될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행위가 단지 최소한의 경제적 생존을 위한 거래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작은 거래가 필리핀 사회에서 사람들 간의 일상적인 연대와 상호 지원의 문화를 상징할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도움이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작은 희망일 수도 있다. 50페소가 모이면 든든한 한끼를 해결할 수 있다. 다만, 경험상으로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코브라라고 하는 저가형 에너지 드링크를 사는데 탕진하기도 하고, 낱가치 담배를 사서 피워대기도 한다.

 

또한 이 관행이 개인적인 책임의 표현인지, 아니면 단지 사회적 기대에 따른 의무의 수행인지에 대한 논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이러한 작은 친절의 행동들은 필리핀 사회에서 인간적인 연대감과 상호 책임감을 보여주는 중요한 예시로 자리 잡고 있다.

결론

5페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필리핀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관찰되는 작지만 의미 있는 문화적 현상이다. 이는 단순히 작은 금액의 교환을 넘어서,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작은 행위들이 서로 다른 계층의 사람들 간의 연결 고리를 형성하고, 상호 책임과 지원의 의미를 재정의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관행은 우리가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이해하고 실천할 것인지에 대해 깊이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결국, 이 작은 5페소는 필리핀 사회의 작은 구석에서 서로를 도우려는 마음과 인간적인 연대의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이러한 작은 친절과 나눔의 순간들이 더 큰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편의점앞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 아이들의 배경이 궁급하다. 학교는?
대놓고 한푼 줍쇼 보다는 뭐라도 하는 아이들이 대견하기도 하다 가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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